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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5-05-30 12:55:40
탈북하지 않고 살아남기: 통일, 이제는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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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해야지.”

 

요즘 통일·북한 분야에 몸담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의미하는 탈북은 북한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통일 분야를 떠난다는 은유다. 처음에는 통일에 기여해보겠다는 큰 뜻을 품고 이 분야에 들어왔지만, 막상 현실은 각박하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급여는 낮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워라밸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삶을 병행하기에 여건은 열악하다. 그마저도 경쟁은 치열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통일·북한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 또한, 많지 않다. 통일부, 하나재단,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 정부 기관에 입사하거나, 시민단체나 NGO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는 석·박사 과정을 거쳐 학계로 진출하거나, UN 등 국제기구에서 활약할 수도 있다. 현대아산처럼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주 업무로 하는 사기업에 입사하거나, 언론이나 유튜브 등에서 기사나 영상 콘텐츠로 통일·북한 이슈를 다룰 수 있다. 정계에 진출해 통일 관련 정책을 직접 다루는 길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들 모두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 학계의 경우 연구원이나 교수 임용은 바늘구멍이다. 국제무대는 인권이나 핵 문제에 집중되어 있어 ‘통일 자체’를 중심에 두는 않는다. 무엇보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남북 관계가 급변할 때마다 관련 정책과 이에 따른 예산과 일자리도 순식간에 축소되거나 사라지곤 한다.

 

통일·북한 분야는 그동안 비영리 중심의 내수 시장에 의존해왔다. 소수 단체들이 한정된 재원을 두고 경쟁한다. 참여자도 고정되어 있어, 늘 보던 얼굴이 다시 보이는 상황이 반복된다. 내용의 깊이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통일 관련 업무는 대개 행사 기획, 세미나 개최, 아카데미 운영 등에 그치며, 많은 경우 교수나 장관, 정치인의 강연과 식사로 마무리된다. 통일은 단지 형식에 끼워 넣는 주제일 뿐, 실제 구현 과정은 대행사처럼 기획·운영·행정 업무에 치우쳐 있다.

 

더욱이 이 분야는 본질적으로 정파성이 강하다. 예컨대 북한 인권, 남북 교류 협력 등 특정 주제의 활동을 하게 되면 정치적 색채에 따라 평가가 좌우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 많은 이들이 환멸을 느끼고 “탈북”한다. 다른 직업을 본업으로 삼고, 통일·북한 문제는 취미이자 개인의 관심사로 남겨둔다. 통일·북한 분야를 업이 아닌 그저 개인의 흥미로 남겨두는 것이 어쩌면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통일·북한 필드는 좁아지고 성장은 멈춘다. 진정한 자생력을 가지려면 ‘통일을 경영’해야 한다. 즉, 통일·북한 분야가 이윤을 창출하고 재화가 순환하는 시장(市場)으로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 통일·북한 분야는 ‘시장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화하거나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단순히 통일이나 북한 문제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경제, 의학, 법학, 공학 등 실질적인 분야에서 기반을 다지고, 이를 통일 과정과 이후 사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후에는 이를 시장에 접목해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통일·북한 관련 정보, 네트워크, 콘텐츠, 프로그램,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발전시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이들을 기반으로 산업 구조를 설계하고, 통일 분야를 ‘시장’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일 전문가와 기관을 연결하는 매칭 플랫폼,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유 툴, 콘텐츠 유통 플랫폼 등은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단순한 통합 창구를 넘어, 수수료 기반 서비스, 정부및 기업 연계, IP 수익 배분 구조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통일 크리에이터 연합’, ‘전문가·활동가 커뮤니티’, ‘탈북민 창업·취업 네트워크’ 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 네트워크는 협업과 기회의 구조를 만들고, 유료 멤버십, 프로젝트 매칭, 브랜드 협업 등으로 수익화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투자 유치와 통일 이후 기업 진출을 준비하는 컨설팅 모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B2C, B2B, P2P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통일·북한 분야를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보 교류, 프로그램 품질 제고,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플랫폼 광고 및 수수료 기반의 수익 구조를 설계해 새로운 인재를 유입시켜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구조 안에서 선순환이 작동할 때, 비로소 통일을 ‘업(業)’으로 만들 수 있다.

 

통일은 여전히 공공의 가치이자 국가의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지금까지 통일을 공익과 정책의 틀 안에서만 접근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통일을 시장의 언어로 말하고, 사업의 구조로 재편해야 할 때다.

 

통일을 꿈꾸는 이들이 오래 머물며 일하고, 함께 성장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을 경영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인재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통일·북한 분야에 미련만 남긴 채 떠나는 이들도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통일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청년미래포럼 국내 지부 매니저 김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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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기자 ( kppress ) 다른글 보기 kppress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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