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한반도프레스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와 강대국 정치의 귀환
1991년 소련이 무너지자, 미국인들은 ‘역사의 종언’을 외치며 ‘팍스 아메리카’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 세계를 향하여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때 러시아도 중국도 머리를 숙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2026년 1월 현재 미국의 위상은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사실상 서방 전체와 싸우고 있으나 러시아가 패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마침내 미국은 발을 빼려 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이 전쟁에 집착하고 있는 서유럽국가들은 스스로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를 무리하게 지원한 결과 현재 경제적 침체가 심각하다.
현재 트럼프는 다자 무역 협정은 물론 양자 자유무역협정까지 무시하며 동맹국들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수천억 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강력함이 아니라 허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동맹국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미국의 쇠퇴를 늦추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현재 국제사회의 판도는 여전히 미국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패권은 크게 쇠퇴하였으며 세계는 소수의 강대국이 좌지우지하는 다극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고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욕심을 드러내고 있어 그러한 추세는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밀착 관계인 것처럼 보이나 역사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최근의 상황은 양국이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나라는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고 지구상에 한국을 위하고 생각해 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착한’ 외세는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우리 사회는 직시해야 한다. 다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 ‘유용한’ 외세가 있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상당수 한국인은 80년 지속된 미국의 개입에 익숙한 나머지 미국이 후견인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상황을 상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중국과 이웃 나라의 관계는 이웃 나라가 중국에 복속하는 것이지 대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여러 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의해 마구 휘둘릴 정도의 나라는 아닌데도 기회만 있으면 중국은 한국을 길들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수출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이다.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반응과 제재를 보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중국은 21세기 한민족이 통일을 이루고 웅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은 겉으로는 우호와 협력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으로 한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북통일을 반기지 않는다.
러시아는 남북통일의 우군이 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남북통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우선 동맹국인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정세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통일에 대해 확고한 입장은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인구 8천만에 육박하는 통일한국의 출현은 역사적으로 원죄가 있는 일본으로서는 달갑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두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중국 역시 현상 유지를 선호하여 북한 정권의 생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통일의 경우 예견되는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여 평화적인 방식이라면 남한 주도의 통일에 대해서 호의적이다.
우선 1990년 수교 이래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철도, 가스, 전력망 연결과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와 남·북·러 삼각 협력을 통한 극동 러시아 지역 개발은 남북 관계가 원만해야만 실현될 수 있고 동시에 그러한 프로젝트의 추진은 남북 관계의 호전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통일로 가는 길을 여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러시아 입장에서 강력한 통일한국은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기보다는 극동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상대적 열세를 상쇄하여 줄 수 있는 견제 세력으로서 유용하다고 볼 것이다.
즉 러시아가 중국과 타협하지 않고 남북통일의 우군이 되느냐는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원-윈 관계이다
중국은 한국과 경제적으로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에 있다. 반면에 러시아는 한국과 상호 보완관계이다. 러시아는 방위산업이 발달하고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수준이 높으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러시아는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이며 러시아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생산기술이 합쳐지면 한국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현재도 삼성전자 연구소에는 상당수 러시아의 과학기술자들이 일하고 있다. 러시아는 식량과 에너지 대국이다.
한국이 부족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식량과 에너지인데 이를 자급자족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러시아와 미국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는 코 앞에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처이다.
러시아의 저렴한 에너지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러시아의 협조를 받으면 북극 항로 개척과 북극 지역 개발 참여로 한국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아직은 후발주자인 한국의 우주항공산업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극동시베리아 개발은 러시아 정부의 중점 국정과제인데 러시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은 역사적 안보적 측면에서 경계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은 물론 한국의 경제적 활력(economic dynamism)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한국은 극동시베리아 개발 참여를 통해 경제활동의 영역을 유라시아 대륙 전역으로 확대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 기업들이 장기 투자에 따르는 위험 때문에 주저하여 진척이 거의 없었다. 이제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중물을 제공할 때이다. 이미 약 20년 전 어느 러시아 학자가 ‘코리아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한·미·러 제휴를 추진할 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미국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다 보니 한국은 교전 당사국도 아닌데 한·러 관계가 매우 소원해졌다.
2024년 6월 러시아가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하고 있는데, 이 협정은 1953년 한·미 상호 방위조약과 유사한 바 적어도 러시아가 북한의 대남 선제공격을 지원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엄밀히 말해 북한의 실질적 위협이 증대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남북한 양자 모두와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입장이기때문에 러·북 밀착이 반드시 한·러 관계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한국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편, 최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둘러서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려고 하고 있고 동시에 러시아와 협력할 뜻을 비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알래스카에서 푸틴과 트럼프가 만났을 때 드러났다. 더욱이 트럼프는 대러 제재의 해제를 전제로 중국 견제에 러시아가 협조할 가능성을 타진하기까지 하였다.
이제 한국이 미국의 눈치나 볼 때가 아니라 오히려 미·러 제휴를 촉진하는 역할을 자임하여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할 때이다. 한국, 미국 그리고 러시아 3국은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21세기 한민족이 통일을 달성하고 웅비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 간극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사이 틈을 파고들어 한·미·러 제휴를 추진할 때이다.
· 주 러시아 공사
·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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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호 기자 ( ) 다른글 보기 flyingssunny@naver.com# 태그 통합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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