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략적 접촉의 틀을 확장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는 북한과의 평화 구축을 목표로,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 등 다방면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주도의 형식적 접촉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남북 간 다각적인 신뢰를 심화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국제 정세의 변화와 북한 수뇌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현재 북한은 ‘두 국가론’을 제도화해 나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남조선’이 아닌 ‘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언급 역시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 혹은 ‘한국’으로 표현하며 두 국가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더욱 국제 정세와 남북관계를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대응하고, 다각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구축해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안보와 협상은 분명 정부가 책임지고 주도해야 할 영역이지만, 통일과 평화는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경험을 공유하며, 일상의 언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진정한 교류가 완성되고 평화로 확장될 수 있다. 정치에만 국한된 ‘알맹이 없는’ 교류, 협력, 평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간 평화와 안보가 비효율적으로 소모되어 왔던 지난 70년의 내성을 고려할 때, 이제는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간의 공식·비공식 대북 라인 구축과 접촉, 교류가 필수적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다각적으로 뚫려야 할 루트는, 정부가 뒷받침해 주는 민간 루트다. 안보와 방첩, 국방은 굳건히 다지되, 경직되어 있는 정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민간의 유연성과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북한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는 이러한 정부 지원 하 민간 접촉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교류의 행정 기반인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남북교류협력지원재단’으로 승격시켜, 민관이 함께 운용할 수 있는 다층적 교류 플랫폼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공식 외교 채널이 막히더라도, 비공식 접촉과 정보 흐름은 늘 유효하며, 이는 때로는 정부보다 더 실질적인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평화라는 거대한 기둥을 세우기에 앞서, 우리는 그 아래 단단한 주춧돌을 먼저 놓아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를 바라보기 전에, 우리 스스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북한 인권, 새로운 언어로 접근하라
아울러, 여야가 공통적으로 언급해왔던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이제는 실제로 가시화해야 한다. 북한 인권은 단지 통일을 위한 명분이 아니라, 교류와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가치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의 보편적 기준에서 볼 때, 이는 결코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남북교류협력지원재단과 함께 북한인권재단도 동시에 출범시켜야, 하나의 대한민국으로서 보다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대북 접근이 가능해진다.
물론 북한 수뇌부가 이 주제를 불편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침묵한다면, 우리는 평화와 통일로부터 더 멀어지게 된다. 이에 ‘북한 인권’이라는 표현 대신 ‘평화 인권’이라는 용어를 국내적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해당 표현에 담긴 정치적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과 국제사회, 그리고 북한 수뇌부에 보다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적 언어다. 정치권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남북관계라는 민감한 의제의 최심부를 건드릴 수 있는 정당만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그런 용기를 가진 진영에게 국민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청년 세대에게 이념 기반 추상적 통일과 평화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이념에 기반한, 효과성이 떨어지는 대북·통일 정책에 대해 국민은 물론 북한 수뇌부조차도 내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경직된 틀을 넘어, 하나의 대한민국으로서 진정한 통일과 평화를 실현하려면 보다 합리적인 전략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 “평화를 위한 통일!”이라는 구호를 목청 높여 외치기보다는, “북한 수뇌부가 붕괴하거나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북한 지역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에 흡수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북한 지역이 중국에 흡수되어도 괜찮은가?”와 같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접근일 수 있다.
세대 간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며, 필자는 이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가 타 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오히려 이념적 관점을 강요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청년 세대는 북한에 대한 혐오감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이 또한 통일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 각 진영의 인사들에게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은 “왜 청년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을까?”였다. 청년 세대의 통일 인식을 회복하려면, 극단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대한민국’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관련 일자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며, 청년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이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한반도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다양한 분야에 배치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진정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구호로만 외치는 통일과 평화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정부는 위에 언급한 사안들을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평화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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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기자 ( kppress ) 다른글 보기 kppress01@gmail.com# 태그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