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보 통제는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닌 한반도 평화와 주민 인권에 직결된 핵심 사안이다. 김정은 정권은 외부정보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폐쇄성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주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노선, 특히 정보에 대한 접근 방식은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북한 정권이 외부정보를 경계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외부정보가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형성할 잠재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장마당의 활성화, 휴대전화 보급, 기술 발전 등은 외부정보의 유입 경로를 점차 다양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은 법적, 물리적, 심리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통제의 한계 또한 드러나고 있는 점이 현실이다.
북한의 정보 통제는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3대 악법'을 통해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을 극단적으로 강화하였다. 물리적 통제 역시 국경 봉쇄 강화, 단속 기관 신설, 디지털 기기 감시 소프트웨어 개발, 감시 카메라 설치 등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심리적으로는 공개처형과 같은 극단적 공포를 동반하여 주민 스스로 자가 검열하게 만드는 '판옵티콘' 효과를 노리며 통제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과 휴대전화 등 생존과 직결된 통로를 통해 외부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를 우회하고 있다. 또한 외부정보를 경험한 주민들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정보’로 기능하게 되면서 통제 시스템의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정보 통제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단을 동원하지만 주민들의 정보 접근 욕구와 이를 회피하려는 노력 사이에서 통제의 빈틈이 발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러한 북한 내부의 현실을 바탕으로 실용주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완화하고 장기적인 평화 환경을 조성하여 북한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심리전 방송 중단과 같은 직접적인 심리전 조치들을 유보하는 것은 당장의 오해를 줄이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현실적 선택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한 내부에서 북한 정보 개방과 활용을 통해 북한 주민의 알 권리 향상과 장기적인 북한 사회 개방을 유도하려는 다층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남한 내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축적하여 북한 주민들이 외부정부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원류’를 형성하는 데 있다. 동일한 언어와 문화의 접점은 남한이 북한 맞춤형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이는 장기적인 통일 전략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 내부로 유입되며 북한 주민들에게 보다 풍부하고 객관적인 지식으로 채워줄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남한 사회에서는 북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며 이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도 긍정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간접적인 정보 확산은 북한 정권의 공식 서사와 충돌하며 주민들의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고 내부적 변화 압력과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남북 간 긴장 완하는 인적 및 물적 교류를 확대시키고 정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동반한다. 남한 내 북한 정보 개방은 이러한 평화적 환경 속에서 북한 사회가 외부정보에 더욱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간접적인 통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북한의 ‘정상 국가화’를 목표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노선과 맞닿아 있다. 폐쇄적인 정보 통제 완화와 알권리 보장이 정상국가에 필수로 전제하기 때문에 이를 북한 스스로 이끌어내도록 유도하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부정보의 확산은 느리지만 꾸준히 북한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바람은 언젠가 거대한 흐름이 되어 북한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대북정책 노선은 이러한 북한의 변화를 위한 우회적이면서도 전략적인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유입을 넘어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하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반도청년미래포럼 안향아 운영위원 / 독일 전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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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기자 ( kppress ) 다른글 보기 kppress01@gmail.com# 태그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