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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5-07-17 13:02:21
역사 바로 보기, 조선족과 고려인을 다시 바라보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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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조선족’과 ‘고려인’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거나 불편하게 느껴진다. 일부 언론 보도와 온라인 담론에서 조선족은 종종 범죄와 결부되어 언급되고, 고려인은 역사적 맥락이 생략된 채 ‘외국인 노동자’의 일부로만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단순한 ‘이방인’이나 ‘문제 집단’으로 치부하기 전에, 우리와 같은 뿌리를 지닌 민족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족의 이름으로 조명해야 할 그들의 역사

조선족은 중국의 동북3성, 즉 길림성·요녕성·흑룡강성 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 혈통의 중국 국적자들로, 약 18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우리 민족사에서 간도로 불렸던 땅, 곧 고려와 조선의 발상지로 알려진 심요지역과 만주 일대다. 역사적으로는 발해와 고구려의 옛 영토였으며, 수천 년간 우리 문화와 민족 정체성이 살아 숨 쉬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1909년, 일본 제국과 청나라 간 체결된 ‘간도협약’은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을 부정했다. 이 협약은 일본이 만주의 철도 부설권과 경제적 이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간도를 청의 영토로 인정한 것으로, 당시 대한제국은 협상 주체에서조차 배제됐다. 그 결과, 간도에 살던 수십만 조선인은 하루아침에 중국의 소수민족이 되었고, 식민지 조선을 떠나 ‘타국에서의 생존’을 강요받게 되었다.

 

고려인은 러시아 연해주 및 구소련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을 지칭한다. 그들의 역사는 1860년대 이후부터 시작된다. 극심한 가뭄과 조선 내부의 정치·경제적 혼란을 피해 두만강을 넘어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 농민들로부터 유래되며,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로 강제 이주되었다. 이 시기 약 17만여 명의 조선인이 열차에 실려 단숨에 황무지로 보내졌고, 정착과 생존을 위해 끝없는 고난을 견뎌야 했다.

이후 구소련 붕괴 이후 각지로 흩어진 고려인의 총 인구는 약 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2세, 3세를 넘어 정체성 혼란과 언어 단절 속에서 여전히 ‘조선 사람’임을 기억하려 애쓰고 있다.

 

왜곡된 시선, 그리고 잃어버린 연결

조선족과 고려인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타자화’되는 데에는 역사 교육의 부재와 미디어의 왜곡된 재현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국 동포의 대량 이주와 함께 발생한 일부 범죄 보도는 전체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시켰다. 그러나 이는 오랜 소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이들의 삶의 맥락을 무시한 결과이다.

 

그들은 단순히 ‘외국 국적의 동포’가 아니라, 일제와 냉전, 이념 대립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버림받은 ‘분단의 피해자’이자 ‘디아스포라의 주체’다.

 

평화 없이는 회복도 없다

조선족과 고려인 문제는 단순히 외국인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미래에 직결된 문제다. 이들을 포용하고 함께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 체제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즉, 남북한의 실질적인 교류 복원과 협력 강화 없이는 이들의 정체성과 권리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등 이들 거주 지역 국가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남북 공동의 민족 외교라는 틀 아래서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 단독으로 풀 수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

 

조선족과 고려인, ‘우리’라는 이름의 연결고리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역사의 단절을 복원하고, 민족의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조선족과 고려인을 향한 왜곡된 시선이 바로잡힐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민족 공동체의 회복을 논할 수 있다.

 

조선족과 고려인은 결코 ‘낯선 외국인’이 아니다. 그들은 분단과 이산, 제국주의와 냉전의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우리”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또 다른 우리 자신이다.

 

그들을 향한 이해는,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한 신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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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기자 ( kppress ) 다른글 보기 kppress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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