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이라는 말은 너무 오래, 너무 자주 반복되어 온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익숙함은 때때로 무뎌짐을 가져오지만, 그 단어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일은 바로 우리, 청년들의 몫이 아닐까?
지난 7월, 경기평화교육센터가 운영하는 ‘피스리더 3기’의 일환으로 열린 ‘경기도 200인 청년 원탁토론회’는 그 익숙한 단어들을 낯설고도 신선하게 바라볼 기회가 마련되었다.. 무대 위 연설이 아닌, 원탁에 둘러앉아 눈을 맞추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진짜 토론의 자리’였기에 더욱 특별했다.
저는 이 자리에서 1-1조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며 “경기도가 추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평화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조별 토론을 이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청년들이 품은 현실적 고민과 이상적 상상력, 그리고 실천의 가능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조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였다.
▲ 북의 비핵화를 요구하며 일방적인 제재 정책만을 펼치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 비핵화를 조건으로 하지 않을 경우, 경기도형 남북교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 경기도의 지속가능한 평화협력 사업은 무엇일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찬반’을 가르는 것이 아닌, ‘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졌다. 북한의 핵 개발을 체제 보장 수단으로 이해하려는 시도, 그리고 무조건적인 제재가 오히려 대화를 막는 벽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말할 때, 조건보다는 신뢰의 구조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두 번째 질문에서는 아이디어가 가장 활발하게 오갔습니다. 비핵화라는 전제를 잠시 내려놓았을 때, 정치적 긴장도를 낮추고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감염병 공동 대응, 기후위기 연구, 농업 기술 교류, 산림 복원, 취약계층 건강 지원 등 다양한 비정치적 협력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저는 이 중에서도 ‘기후위기 공동 대응’과 ‘스마트팜 시범 사업’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닌, 서로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호혜적 협력 모델로서 ‘경기도형 남북교류’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질문에서는 실행력과 제도화에 중점을 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 단발성이 아닌 반복 가능한 교류 구조, ▲ 상호 간 기획‧운영‧성과 공유가 가능한 공동 사업 구조 ▲ 도민과 청년이 직접 참여할수 있는 실질적 플랫폼 구축 ▲ 지자체 간 자매결연 및 민관 거버넌스를 활용한 연속성 확보가 주요 키워드였으며, 청년 교류 제도화, 평화교육 확대, 정책랩 구성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안들이 모였다.
조별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들이 나왔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지방정부와 청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외교권은 없지만, ‘평화의 일상화’를 실천할 권리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었으며, SNS 콘텐츠 제작, 시민참여 캠페인, 지자체와 연계한 청년 정책 제안 등은 거창하지 않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듣는 태도”였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모였지만, 그 누구도 상대를 공격하거나 몰아붙이지 않았다. 경청은 상대를 향한 존중이며,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토론회 중 한 조원이 “제재냐 지원이냐를 따지기 전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먼저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그 말 한마디에 토론장의 공기가 바뀌었고, 모두가 그 삶을 진심으로 상상하게 되었다.
이번 원탁토론회는 저에게 단지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였다.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까이 있고, 우리가 그 안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한 경험이었다. 평화는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라,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지방정부와 시민, 그리고 청년이 그 구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 기회였다.
이제는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차례이다. 저는 앞으로도 청년 평화 포럼, 지역 평화정책 제안단, 그리고 콘텐츠 제작 활동을 통해 일상 속 평화 실천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첫걸음이자, 새로운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이 자리를 함께 만들어준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소중한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또 확장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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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기자 ( kppress ) 다른글 보기 kppress01@gmail.com# 태그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