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현장을 지도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관광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피로감을 호소하며 "예전이 더 편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간문화도시의 전형"으로 지목한 삼지연시의 건설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건설이 이어질수록 일상생활의 불편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삼지연은 2019년 김정은 정권 하에서 대대적인 개발 사업과 함께 군(郡)에서 시(市)로 승격되며, 주민들은 도시의 변화를 반기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정일 시대에는 '혁명의 성지'로서 상징적 의미가 강조됐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와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군인 건설자와 돌격대 인력이 수년째 상주하면서 오히려 지역 내 혼잡과 과중한 동원 과제가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방문객도 많지 않고 조용했던 예전이 차라리 더 나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피로감은 최근 개장한 강원도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삼지연과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대표적 관광지이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주민들은 대형 관광지 개발이 간부나 상류층을 위한 치장에 불과하며, 일반 주민들은 건설 동원과 자재 부담만 떠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식통은 “건설자재 마련 과제가 인민반과 직장 단위로 내려오면서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고, 새로 지어진 시설도 결국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건설 자재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대형 개발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점은 주민 부담 가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거대 건설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국가 동원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삼지연시를 현지지도하며 이 지역을 ‘사계절 산악관광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공항 재건, 도로 및 철도 정비, 스키장과 숙박·편의시설 건설 등 국제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한 사업들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이 배제된 관광개발이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점점 더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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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기자 ( 북한전문기자 ) 다른글 보기 kppress@naver.com# 태그 통합검색